어제 간만에 동네 후배랑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던 중 후배 친구의 경험담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듣고보니 우스게 소리였지만 술맛이 씁쓸해 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이하 후배친구를 그냥 친구로 부르겠습니다.)
그 친구는 아마추어 야구 동호회 회원으로 주말마다 모여서 연습과 경기를 갖는다고 합니다. 몇일전 연습을 마치고 전체 동호회 회식을 1차로 가진 후 마음 맞는 사람 10여명이 2차로 어느 술집을 들어갔다고 합니다.
옛날 중국집이나 분식집가면 단무지 주던 그릇(성인 손바닥에 1/3 크기정도의 접시)에 조금 담겨 2개가 놓이더랍니다.
그러면서 종업원이 하는 얘기
“김치는 리필을 못 해드립니다.”
평소에 손이 잘 안가던 배추김치였지만 못 먹게하면 더 먹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심리라 그날따라 쉽게 동이난 김치...
그런데, 종업원에게서 돌아오는 얘기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배추가격이 너무 올라서 배추김치는 리필을 못해드립니다.”
아무리 금치라지만 사실 단체로 가면 나름 서비스도 나오기 마련이고, 한두명이 앉은 테이블에도 그 정도는 나오는데 여러명이 왔으니 그보다는 많이 나와야 한다는 본전 생각에 은근히 화가 나더랍니다.
2차를 마치고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면서 식당주인에게 2만원을 모자라게 주면서
“나도 더 이상은 못 내겠소.”
하며 술자리 내내 벼르고 있던 본전 생각을 주인에게 말하며 생떼(?)를 썼답니다.
한참을 옥신각신... (^^ 술먹은 놈은 절대 건드려 봐야 손해죠... ㅋㅋ)
결국 집요한 생떼로 1만원 깎고 나왔답니다.
얘기를 듣고보니 아무리 각박해진 인심이지만 식당의 밑반찬 인심은 그래도 남아있는 후한 인심이였는데 그 마저도 각박해지는 것 같아 씁쓸해 지더군요. 또, 한편으론 낼모레면 김장철인데 하는 걱정도 앞서고...
민간에서는 이미 예측하고 준비한 채소 값을 왜 정부에서는 미리 예측하고 대처하지 못한 걸까요?
가뜩이나 얼어붙은 경제에 흉흉한 민심(民心)인데 덕분에 남아있던 인심(人心)마저 점점 각박해져 가는 것 같아 참으로 서글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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